9억 빌려주고 77억 받아…'검찰도 놀란 사채'

검찰, '원금 7배 넘는 이자' 초고금리 사채업자 수사 중

[CBS사회부 조근호 기자] 원금의 7배가 넘는 이자를 챙긴 사채업자에 대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박균택 부장검사)는 초고금리의 사채를 운영하는 등 대부업법을 위반한 혐의로 사채업자 최모씨를 수사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최씨는 서울 종로에서 약국을 경영했던 박모씨에게 지난 2006년 12월부터 수 차례에 걸쳐 9억여원을 빌려준 뒤 원금을 포함해 모두 77억여원을 받아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박씨는 처음으로 돈을 빌린 2006년 12월에는 매달 300만원씩 이자를 갚는 조건으로 1억원을 빌렸고, 이듬해 3월에는 1억5000만원을 빌리면서 매달 450만원의 이자를 주기로 했다.

따라서 이 때까지만 해도 최씨의 사채는 대부업법에 따른 이자율 상한선인 49%보다 낮은 월 3%, 연 36% 수준이었다.

하지만 2007년 7월에 이르면 6,000만원을 빌리는데 선이자 300만원을 공제하면서 이자는 매주 300만원으로 정해 연리가 260%에 이르렀다.

특히 최씨는 박씨로부터 거액의 이자를 받으면 이를 다시 빌려줘 원금을 늘리는 사채업자들이 즐겨 쓰는 수법 이른바 '꺾기 수법' 등을 이용해 갚아야 할 돈을 끝없이 늘렸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당시 박씨는 수십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재력가였으나 급하게 필요한 현금을 잠시 빌려 쓰고, 충분히 갚을 능력이 된다는 생각에 사채에 손을 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씨의 생각보다 사채의 덫은 강력했고 이 때문에 박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갚기 위해 자신이 운영했던 약국을 3개나 처분하는 등 사실상 빈털터리와 다름없는 처지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씨와 박씨 사이에 사채가 오고간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는 대로 최씨의 기소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chokeunho21@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