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한국모바일인터넷 와이브로 사업 뜰까

[지디넷코리아]KT·SK텔레콤에 이어 제3의 와이브로 사업을 준비 중인 한국모바일인터넷(KMI)에 대한 업계의 관심이 뜨겁다.

특히 지난 1~2년 동안 금융위기와 KT-KTF와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의 합병, SK텔레콤의 SK브로드밴드 인수 등으로 인해 침체에 늪에 빠져 있는 통신장비 업체들의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또한 가상이동망사업자(MVNO)를 준비 중인 예비MVNO들도 기존 이동통신사보다 저렴하게 망 임대가 가능한 KMI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아직까지 KMI에 대한 업계의 시각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긍정적 반응보다 ‘과연 출범할 수 있겠는가’라는 우려가 더 크다. 통신사업이 수조원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뒤따라야 하는 기간사업이기 때문이다.

18일 방송통신위원회 및 업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방통위에 와이브로 서비스 허가신청을 접수한 KMI의 주파수 할당심사 및 기간통신사업의 허가 여부가 올 연말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출범 가능성은?

기자가 수개월동안 만나 본 정부 및 업계관계자들의 KMI에 대한 반응은 아직까지 부정적 시각이 많다. 그 이유 중 첫째가 사업 초기자금의 확보다.

한 업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보다 전국망 커버리지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들었다 하더라도 최소 2~3조원이 필요하다”며 “MVNO 사업자를 모아 그 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또 다른 고위 관계자는 “KMI의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통신사의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혁신적인 것은 맞다”며 “하지만 그 서비스가 성공하기 위해서 혹은 자립기반을 갖추기 위해 수백만의 가입자를 확보해야 하는 데 가입자 기반 없이 그것이 쉬운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KMI가 출범하기 위해서는 약 7~8천억원의 초기자금이, 총 사업자금은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만, KMI에 삼성전자가 약 350~400억원으로 추산되는 장비를 현물출자 한다는 소식이 확인되면서 ‘조금 더 지켜보자’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침체된 시장에 KMI의 와이브로 진출 소식이 단비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일단 KMI의 행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KMI에 삼성전자 외에 글로벌 기업인 I사가 참여키로 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MVNO 참여키로 했던 C사, W사 중 W사는 빠지기로 하는 등 MVNO로 참여키로 한 기업 중 동요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장비납품을 하기 위한 현물출자로 투자개념은 아니다”라면서 “현물출자 금액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기간통신사업권 획득은 어떻게

KMI가 와이브로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주파수 할당심사 외에 기간통신사업 사업권을 획득해야 하는 점도 업계가 우려하는 것 중 하나다.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기간통신역무 제공계획의 타당성 ▲전기통신설비 규모의 적정성 ▲재정 및 기술능력 ▲기간통신역무와 관련된 기술개발 실적 ▲기술개발계획 ▲전기통신발전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계획 등의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와이브로 전국망 사업을 위해 필요한 라스트마일에 들어가는 기지국 외에도 백본·기간망 등이 필요한 데, 현재 KMI가 보유한 망이 없고 기간망을 보유한 세종텔레콤이나 드림라인 등의 KMI 참여도 여의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KMI가 이들 사업자들에게 망의 현물출자 외에 지분투자도 원하고 있지만 세종텔레콤이나 드림라인이 투자할 만한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고객이 KMI의 경쟁상대인 통신사라는 점도 참여를 어렵게 만드는 이유다.

한 통신업체 관계자는 “세종텔레콤 등의 매출 중 상당수가 통신사를 대상으로 한 전용회선 임대 사업인데 이를 KMI가 보전해 주지 않는 한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예비MVNO 관심은 높지만 ‘글세…’

예비MVNO들도 KMI의 행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향후 MVNO 진출을 위해 의무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으로부터 망을 임대하는 것보다 KMI로부터 임대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데이터 MVNO의 경우 최근 KT가 1MB당 도매단가를 5~250원까지 인하하고 와이브로망 이외에도 WCDMA, 와이파이(Wi-Fi)망까지도 지원한다고 밝힌 터라 경쟁 환경이 치열해지고 있다.

또 음성 MVNO의 경우 기존 이통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단말 확보가 필수적인 데, 와이브로 기반의 일반폰은 물론이고 스마트폰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 최근에 나온 와이브로폰은 KT가 출시한 쇼옴니아가 유일하다. 예비MVNO 사업자들이 우려하는 대목 중 가장 큰 이유다.

한 업체 관계자는 “KT와 통합LG텔레콤이 800·900MHz 대역을 할당받으면서 이를 와이브로가 아닌 LTE로 사용하겠다고 밝힌 가장 큰 이유는 단말 확보의 용이성 때문이었다”며 “KMI가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예비MVNO 사업자의 참여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tjk@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