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고수들'이 공개하는 '카드 노하우'

갈아타라… 파격 혜택 '히든카드' 남기고 쓸모 줄어든 건 모두 바꿔야

집중하라… 마트면 마트, 영화면 영화 등 한쪽에 특화된 카드 선택을

한때 "카드사 직원들이 회사 몰래 쓰는 카드는 따로 있다"는 말이 회자되곤 했었다. 경쟁사 카드 중 '저래도 이익이 남을까' 싶을 정도로 혜택이 풍부한 카드들을 가리키는 얘기다.

자기 회사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드러내놓고 사용하지 못할 뿐 카드사 직원들이 '쉬쉬'하면서 권장한다. 하나SK카드(발급 당시 하나카드)의 '하나마이웨이카드' 같은 경우, 출시 직후 과열경쟁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혜택을 축소할 것을 요구받은 바 있다. 과연 요즘도 이런 카드들이 있을까.

실제로 7개 카드사 직원 약 20명을 상대로 '타사(他社) 카드 중에 남다른 혜택 때문에 자주 쓰는 카드가 있는지' 물어봤다. 설문결과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을 정도로 혜택이 두드러진 카드는 거의 없었다. 다른 회사 카드를 쓰는 이유도 '현금인출 겸용카드로 사용하기 때문에', '코스트코 이용을 위해서'(코스트코는 나라별로 1개 카드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있음) 등 카드 혜택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타사 카드를 보유함으로써 이메일 등을 통해 경쟁사의 신규 이벤트나 각종 제도 변경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 수수료 수입에 비해 관리·유지비용이 많이 들어 자사 수익에 별 도움이 안 되는 후불교통카드 정도만 골라 쓴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요즘엔 카드사들도 과거와 같은 지나친 출혈경쟁에 나서지 않기 때문에 혜택 면에서 다른 카드를 압도할 만한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어차피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가 현실이라면 굳이 어떤 카드를 만들어 쓸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카드 사용의 고수(高手)들은 '카드 선택과 사용의 노하우만 알아도 1년에 수십만원을 아낄 수 있다'고 말한다. 당장 적용할 수 있는 카드 사용의 노하우를 알아보자.

◆혜택 맘에 안 들면 갈아타되, 간직할 건 끝까지 가져가라

카드 표면에는 유효기간이 적혀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한번 발급받은 카드를 유효기간이 끝날 때까지 보유한다. 하지만 카드사용 고수들은 '다른 카드로 갈아타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얘기한다.

카드를 갈아탈 때 문제가 되는 것은 연회비다. 연회비는 보통 카드 신청 다음 달에 선불로 청구되는데, 연회비가 같은 동일한 회사의 카드로 갈아탈 때는 대부분 추가 연회비 부담이 없다. 영화 할인 혜택 때문에 A카드사의 '영화대박할인'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더 이상 영화관 갈 일이 없어졌다면 같은 A사의 '혼자밥먹는당신을위하여'카드로 갈아타도 추가 비용부담이 없다는 얘기다. 만약 연회비가 더 비싸거나 없는 카드로 바꿀 때는 차액을 지불하거나 기존 사용일수를 제외한 날짜만큼 연회비를 환급해주도록 하고 있다.

카드 계약 약관에는 발급 당시와 비교해 일부 혜택이 제한되거나 전월 사용실적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요건이 까다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 명시돼 있다. 실제로 발급 당시보다 일부 혜택이 줄어든 것을 보고, 그 카드를 '확' 없애버리고 싶었던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땐 먼저 기존 카드가 여전히 어떤 장점을 갖고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카드사들이 일부 부가혜택을 줄이더라도 'L당 100원 주유할인'처럼 카드 출시 당시에 전면에 내세웠던, 그 카드의 정체성을 드러내주는 핵심혜택은 그대로 가져가기 마련이다. 과거에 제시했던 핵심혜택 중엔 새로 나오는 카드들에선 찾아보기 힘든 것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어 과거 LG카드 시절에 판매됐던 신한카드의 '신한트래블카드' 같은 경우 1500원당 아시아나항공 2마일을 마일리지로 적립해준다. 이런 카드는 카드 고수라면 절대 버릴 리 없는 '히든카드'다. 마찬가지로 '다른 회사 카드 중에 어떤 카드를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복수의 카드사 직원들이 하나마이웨이카드를 언급한 것도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필요에 따라 구비하라

카드를 선택할 때 가장 기본은 먼저 자신의 소비 혹은 생활패턴을 돌아보는 것이다. 자신이 마트에 자주 가는지, 영화관에 자주 가는지를 따져보고 한쪽에 특화된 카드를 선택하는 것이 돈을 아끼는 지름길이란 얘기다. 특히 여기저기 할인혜택이 많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들여다보면 전달 사용금액이 얼마 이상이라는 등의 제한조건이 붙어 있는 등, '그림의 떡'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연회비는 카드 이용자들이 치러야 할 거의 유일한 비용이다. 따라서 비용 대비 할인혜택 비율을 따져보는 것은 카드 사용의 효용성을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한 방법이다. 즉 월 100만원 이상 사용 시 사용금액의 1.5%를 캐시백으로 쌓아 주는 카드가 있다면 매달 100만원만 쓰더라도 1년에 18만원 정도를 적립할 수 있다. 이 카드의 연회비가 5000원이라면 비용 대비 36배 정도의 할인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항공사 마일리지 카드라면 1년에 카드사용으로 쌓을 수 있는 마일리지를 그에 해당하는 비행기 티켓 가격으로 환산해 비교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 카드사용 고수들은 계획성 있게 소비하는 타입이라면 일반적으로 같은 금액 사용 시 적립률이 높은 '포인트'로 쌓았다 한꺼번에 소비하는 것이 좋고, 반대 타입이라면 현금할인이 낫다고 조언했다. 무작정 카드를 많이 갖고 있는 데 대해선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김재곤 기자 trum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