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TV는 400만원짜리 빛좋은 개살구”

200만~900만원의 거금을 들여 구입한 3D TV가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400만원짜리 빛좋은 개살구”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온다. 3D 콘텐츠 부족 문제는 차치하고, 3D 방송을 볼 수 있는 길마저 첩첩산중이다.

　정부가 지난달 19일 “지상파 세계 최초 3D 시범방송”라면서 3D 전문채널 66번을 한시적으로 열었지만 정작 이 채널을 시청한 이는 많지 않다.

　일단 전체 시청가구의 80%에 달하는 케이블방송 가입자들은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3D 월드컵을 볼 수 없다. 케이블협회 관계자는 “SBS와의 월드컵 3D 중계 협상을 지난 18일 소득없이 종료했다”고 말했다. 판권료에 대한 SBS와의 입장차가 현격히 크고, 협상이 성사된다 해도 이미 한국전 3경기 중 2경기가 끝나 별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결국 관악 중계소에 쏘는 지상파 전파를 잡아 채널 66번을 틀어야하는데, 케이블 가입자들은 디지털 안테나를 구입해 달아야 이 전파를 잡을 수 있다. 이마저도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제한된다.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에 가입하는 것도 3D 중계를 볼 수 있는 한 방법이지만, 스카이라이프 가입자 수는 전체 시청가구 수의 15%에 불과하다.

　결국 3D 월드컵 중계를 볼 수 있는 이는 고가의 3D TV를 구입하고 수도권 지역에서 디지털안테나를 따로 구입했거나, 스카이라이프에 가입된 시청자들 뿐이다. FIFA에서 뒤늦게 3D 옥외 중계를 불허해 대규모 관중이 대형 스크린으로 시청할 수 있는 길도 막혀버렸다.

　시범방송이 끝난 뒤 3D 전문채널을 정식 신설해도 문제는 남는다. 지상파 채널에서 거액을 들여 3D 콘텐츠를 만들거나 해외에서 콘텐츠 판권을 사와야하는데, 시청자 수가 적어 그만큼의 수익성이 없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국내 방송 인프라 부족과 협소한 콘텐츠 시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3D TV는 여전히 ‘그림의 떡’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m.com